술자리 이후 기억이 끊겼는데 성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기억이 안 나는데 고소가 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정 자체가 고소를 막지는 않습니다. 다만 준강간이 성립하는지는 「기억이 있느냐」가 아니라 당시 어떤 상태였느냐로 판단되기 때문에, 그 상태를 보여 줄 자료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준강간은 무엇을 묻는 죄인가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더라도 성립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기억이 없다」와 「항거불능이었다」는 다릅니다
대법원은 음주 상태를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 심신상실: 정신기능의 장애로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
- 항거불능: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
- 알코올 블랙아웃: 음주로 기억 형성 기능이 손상되어 나중에 당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
- 패싱아웃: 음주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수면 또는 의식상실에 이른 상태
즉 사후에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심신상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억만 사라진 블랙아웃과 실제로 의식을 잃은 패싱아웃은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도10634, 2018전도86 판결 / 같은 날 선고 2018도7190 판결).
다만 의식이 완전히 소실되지 않았더라도, 음주로 인해 의사를 형성하거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저항할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었다면 항거불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걸어 나왔으니 안 된다」는 식으로 혼자 결론 내릴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을 보고 판단하나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음주량과 음주 속도, 평소 주량,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겪은 경험
- 음주 후 범행까지 걸린 시간
- CCTV와 목격자가 확인한 당시 상태와 언동
- 상대방과의 관계, 만나게 된 경위
-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방식·계기
- 사건 직후 양쪽의 행동과 반응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판단의 재료는 대부분 기억 바깥에 있습니다. 기억이 비어 있어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확보할 수 있는 것
- 이동 경로: 택시 호출·결제 기록, 대중교통 기록, 차량 블랙박스
- 결제 내역: 주점·편의점·숙박 결제 시각과 금액
- 영상: 주점, 건물 입구, 엘리베이터, 거리 CCTV. 보관 기간이 짧아 가장 먼저 사라집니다.
- 동석자: 함께 있던 사람이 본 당시 상태.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정리해 두십시오.
- 사건 전후의 대화: 상대방과 주고받은 메시지, 통화 기록, 사건 직후 지인에게 보낸 연락
- 신체·진료 기록: 병원이나 상담기관을 찾은 기록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대화방을 나가거나 기록을 지우지 마십시오. 원본이 사라지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진술을 준비하는 방법
기억이 없는 구간을 메우려 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억나는 것, 기억나지 않는 것, 나중에 들어서 알게 된 것을 각각 구분해 두십시오. 확실하지 않은 것을 확실한 것처럼 말하면 그 지점이 이후 진술 전체의 신빙성 문제로 번집니다.
피해자 조사에서는 신뢰관계인을 동석시킬 수 있고 선임한 변호사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미리 신청해야 쓸 수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 조사, 혼자 받지 않아도 됩니다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고소한 뒤에는
고소장 접수와 고소인 조사, 상대방 조사, 처분으로 이어집니다. 불기소 처분이 나와도 이의신청·항고·재정신청 절차가 남아 있고 각각 기간이 다릅니다. 절차 전반은 형사고소 대리 안내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확인할 것
- 기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고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은 구별되며, 기억 상실이 곧 심신상실은 아닙니다.
- 의식이 있었더라도 저항할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었다면 항거불능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 판단 자료의 대부분은 기억 바깥에 있습니다. CCTV가 가장 먼저 사라집니다.
- 기억나지 않는 구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대로 말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관련 안내
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 현행 법령과 공개된 판결문을 토대로 작성한 일반적인 법률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과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시면 상담 신청으로 사건 개요를 남겨주시면 확인 후 연락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