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뒤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회사에 말해도 되나」입니다. 말하면 무엇이 시작되는지, 회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형사고소와 같이 할 수 있는지를 모르면 신고 자체를 미루게 됩니다.
회사 신고와 형사고소는 목적도 절차도 다른 별개의 제도입니다. 회사 신고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사업주에게 지운 의무를 작동시키는 절차이고, 형사고소는 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둘은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 신고하면 무엇이 시작되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피해자 본인이 아니어도 됩니다.
신고가 접수되면 회사에는 법이 정한 의무가 순서대로 발생합니다. 조사, 조사 중 보호, 사실 확인 후 피해자 보호, 행위자 조치, 불리한 처우 금지, 비밀유지입니다. 이 의무들은 회사의 재량이 아니라 법률상 의무입니다.
회사의 조사 의무(제14조 제2항)
사업주는 신고를 받거나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형사고소를 했는지 여부와 무관합니다. 조사 과정에서 피해근로자등이 성적 수치심 등을 느끼지 않도록 할 의무도 같은 항에 있습니다.
조사를 미루거나 신고 내용을 축소해 사실상 조사하지 않으면 제14조 제2항 위반이 되고, 제39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조사 중 보호조치(제14조 제3항)
조사 기간 동안 회사는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피해근로자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다만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가장 자주 문제되는 것이 「분리」라는 이름의 피해자 전보입니다. 실제로 성희롱 신고 후 분리를 이유로 피해자만 전보한 사건에서, 법원은 가해자에 대한 대기발령이나 명령휴가가 가능했는데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피해자를 옮긴 점을 들어 사업주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4. 4. 18. 선고 2023고단1116 판결).
분리가 필요하다면 움직여야 하는 쪽은 원칙적으로 행위자입니다. 회사가 피해자를 옮기겠다고 하면, 원 근무지 유지를 요청하고 그 의사를 문서로 남겨 두십시오.
사실이 확인된 뒤 요구할 수 있는 것(제14조 제4항)
조사 결과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되면, 회사는 피해자가 요청하는 경우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요청을 전제로 하는 조항이므로,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 행위자와의 근무장소·업무상 분리
- 피해자의 원 근무지 유지
- 업무보고 라인 변경
- 유급휴가
- 인사평가·승진심사에서 신고로 인한 불이익 배제
행위자에 대한 조치(제14조 제5항)
사실이 확인되면 사업주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그 조치를 하기 전에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징계 수위는 성희롱의 정도와 지속성 등을 고려해 정합니다(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
회사가 행위자에게 사직서를 받는 방식으로 징계절차를 건너뛰고 사건을 종결하면,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습니다(제14조 제6항)
이 조항은 성희롱 사실이 최종적으로 인정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신고자와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규정이므로, 조사가 진행 중이더라도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앞의 군산지원 판결도 신고된 성희롱의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이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금지되는 불리한 처우에는 해고·권고사직, 징계·감봉·승진 제한, 직무 미부여나 의사에 반하는 전보, 평가·임금 차별, 교육기회 제한, 따돌림·폭언, 그리고 그러한 행위를 방치하는 것까지 포함됩니다.
위반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문제됩니다(제37조 제2항 제2호). 신고 후 인사평가를 조작하고 권고사직을 강요하며 폭언한 사건에서 대표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 법인에 벌금형이 선고된 예가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6. 23. 선고 2023고단3827 판결).
인사조치가 「불리한 처우」인지 어떻게 보나
대법원은 신고 후의 인사조치가 불리한 처우인지 판단할 때 다음을 종합적으로 본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 신고 또는 문제 제기와 처분 사이의 시간적 근접성
- 처분의 경위와 과정
- 회사가 내세운 처분 사유가 신고 전부터 있었는지
- 근로자가 실제로 입은 불이익의 정도
-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례와 비교해 이례적·차별적인지
그리고 그 조치가 신고와 무관하거나 별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은 사업주가 증명해야 합니다. 같은 판결은 이러한 불리한 조치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도 보았습니다.
조사 내용의 비밀유지(제14조 제7항)
조사자,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그 밖의 조사참여자는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사업주에게 보고하거나 관계기관 요청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만 예외입니다.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제39조).
비밀유지의 대상은 이름만이 아니라 조사 내용, 진술,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까지입니다. 유출로 사내에 소문이 돌아 2차 피해가 생기면 과태료와 별개로 손해배상 문제가 함께 발생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제대로 하지 않을 때
- 조사를 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끝내는 경우(제14조 제2항) 위반. 고용노동부 진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 보호조치·행위자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제14조 제4항)·제5항 위반, 과태료 대상입니다.
- 해고·권고사직·전보 등 불이익을 주는 경우(제14조 제6항) 위반. 부당해고 구제신청,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검토합니다.
- 조사 내용이 유출된 경우(제14조 제7항) 위반과 별도로 명예훼손·인격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회사 신고와 형사고소를 같이 할 수 있나
할 수 있습니다. 두 절차는 목적과 대상이 다릅니다. 다만 직장 내 「성희롱」과 형법·성폭력처벌법상 「성범죄」는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같은 사실이 회사 기준으로는 성희롱, 형사 기준으로는 강제추행으로 각각 평가될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에 해당한다고 다른 쪽이 자동으로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동시에 진행할 때는 순서보다 초기 설계가 중요합니다. 회사 조사에서 한 진술과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어긋나면 그 지점이 이후에 문제가 됩니다.
실제 성추행이라면 경찰조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피해자는 피의자가 아니라 고소인 또는 참고인의 지위에서 조사를 받습니다. 신뢰관계인을 동석시킬 수 있고, 선임한 변호사가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권리는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고 대부분 미리 신청해야 쓸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성범죄 피해자 조사, 혼자 받지 않아도 됩니다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확인할 것
- 회사 신고와 형사고소는 병행할 수 있습니다.
- 분리를 이유로 피해자를 옮기는 것은 불리한 처우가 될 수 있습니다.
- 제14조 제4항의 보호조치는 피해자가 요청해야 작동합니다.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문서로 남기십시오.
- 불리한 처우 금지는 성희롱이 최종 인정되기 전에도 적용됩니다.
- 회사 조사 진술과 수사기관 진술이 어긋나지 않도록 초기에 정리해 두십시오.
관련 안내
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 현행 법령과 공개된 판결문을 토대로 작성한 일반적인 법률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과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시면 상담 신청으로 사건 개요를 남겨주시면 확인 후 연락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