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의 연락·접근이 두려울 때 할 수 있는 조치

성폭행이나 강제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에도 가해자가 전화를 하거나 집·직장 근처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과라는 형식일 때도 있고 합의 요구일 때도 있습니다.

먼저 알아 두실 것이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두루 적용되는 하나의 접근금지 제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쓸 수 있는 수단은 가해자와의 관계, 지금 형사절차가 어느 단계인지, 범행 이후에 접촉이 반복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글은 상황별로 나누어 정리합니다.

성폭력처벌법의 피해자 보호와 「접근금지명령」은 다릅니다

성폭력처벌법에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사생활 보호, 전담조사, 피해자 변호사, 증인 신변안전 등 여러 보호제도가 있습니다. 그중 제22조는 특정강력범죄처벌법의 증인 신변안전조치 등을 성폭력범죄 사건에 준용하는 규정입니다.

다만 이 조항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거·직장에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것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독립된 명령 제도는 아닙니다. 그래서 일반 성폭력 사건에서 「성폭력처벌법상 접근금지」라는 이름의 명령을 신청하는 구조로 이해하면 실제 절차와 어긋납니다. 구체적인 접근·연락 제한을 원한다면 아래의 경로를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A. 지금 찾아오거나 위협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112 신고와 신변보호 요청입니다. 방문·미행·위협·반복 연락을 구체적으로 알리십시오. 이후 담당 경찰관이나 검사에게 피해자 안전조치를 요청하고, 추가 접근이 있으면 그때마다 알리는 것이 이어지는 절차의 기초가 됩니다.

B. 가해자가 배우자·사실혼·동거 관계라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현재 또는 과거의 배우자, 사실혼 배우자, 동거인 등 가정폭력처벌법상 가정구성원 관계에 해당하면, 성범죄라는 죄명과 별개로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장기간 교제한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사안에서, 법원은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주거·직장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와 전화·문자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금지를 임시조치로 명했습니다. 이후 피고인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접근하자 임시조치 위반죄가 별도로 인정되었습니다(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5. 5. 30. 선고 2025고단393 판결).

이 사례는 당사자 관계가 가정폭력처벌법의 적용 범위에 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강제추행 사건이면 언제나 접근금지가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단순한 지인, 직장 동료, 일회성 만남 상대방이라면 이 경로는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C. 지인·직장동료 등 그 밖의 관계라면

가정폭력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관계라면, 가해자가 주거·직장에 찾아오거나 연락을 계속해 인격권과 사생활의 평온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민사상 접근·연락금지 가처분을 검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신청할 때는 「접근하지 말라」는 추상적 표현보다 금지할 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주거·직장·학교 및 그 부근에 출입하거나 접근하는 행위
  • 전화·문자·메신저·이메일·SNS로 연락하는 행위
  • 제3자를 통해 연락하거나 합의·사과를 명목으로 접촉하는 행위
  • 가족·지인·직장동료를 통해 소재를 확인하거나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

다만 가처분은 신청하면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절차가 아닙니다. 접근·연락의 반복성, 증거의 명확성, 긴급성, 금지 범위가 과도하지 않은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특정 결정례를 인용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건에서 인용 가능성은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D. 가해자가 구속되어 있거나 보석을 신청한 단계라면

이 단계에서는 피해자 측이 법원에 보석 허가 여부와 조건을 정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피해자 안전, 증거인멸 우려, 합의 강요 우려를 소명하면서 직접 연락 금지, 전자적 연락 금지, 특정 장소 접근 금지, 제3자를 통한 간접 연락 금지 등을 조건으로 부과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별도의 「피해자 접근금지명령」 제도가 아니라, 보석 조건을 정하는 절차에서의 요청입니다. 함께 제출하면 좋은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전화·문자·SNS 내역과 부재중 전화 목록
  • 주거·직장 방문이 확인되는 영상이나 CCTV
  • 합의 요구나 회유의 내용
  • 피해자가 연락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기록
  • 경찰 신고 내역, 상담·진료 기록

E. 범행 이후 연락과 방문이 반복된다면

최초의 강제추행이나 준강간 행위 자체가 스토킹범죄가 아니더라도, 그 이후의 접촉행위는 별개로 판단됩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반복적으로 전화·문자를 하거나 주거·직장을 찾아가면 별도의 스토킹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연락 거부에도 17회에 걸쳐 전화와 문자를 반복한 행위가 스토킹범죄로 인정되었고, 이후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와 전자적 송신금지 잠정조치를 위반한 행위도 별도로 처벌되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5. 4. 23. 선고 2024고단4889, 2024고단8219 판결).

다만 단발적인 연락이나 한 차례의 합의 요청만으로는 지속성·반복성 요건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연락 횟수와 기간, 내용, 거부 의사를 밝힌 시점, 전후 경위를 정리해 두는 것이 판단의 기초가 됩니다.

잠정조치는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검사나 사법경찰관에게 청구·신청을 요청하면(스토킹처벌법 제8조 제2항), 사법경찰관의 신청을 거쳐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이 결정합니다. 요청을 받고도 신청·청구하지 않으면 그 사유를 피해자에게 알려야 합니다(같은 조 제3항·제4항).

법원이 명할 수 있는 잠정조치에는 서면 경고, 피해자와 동거인·가족 및 주거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가 있습니다(제9조). 접근금지 잠정조치의 기간은 원칙적으로 3개월을 넘을 수 없고, 필요하면 두 차례에 한정해 각 3개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습니다. 긴급한 경우에는 사법경찰관이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제4조).

정리: 내 경우에 맞는 경로 찾기

  • 지금 위험하다 → 112 신고·신변보호 요청
  • 배우자·사실혼·동거 관계다 →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요청
  • 그 밖의 관계다 → 민사상 접근·연락금지 가처분 검토
  • 가해자가 구속·보석 단계다 → 보석 조건에 관한 의견 제출
  • 연락·방문이 반복된다 → 스토킹범죄로 별도 신고, 잠정조치 요청

확인할 것

  • 성범죄 피해자 전용의 만능 접근금지 제도는 없습니다. 관계·단계·반복 여부에 따라 수단이 달라집니다.
  •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는 당사자 관계가 그 법의 적용 범위일 때 검토할 수 있습니다.
  • 최초 성범죄와 이후의 반복 접촉은 나누어 판단합니다.
  • 연락 기록은 지우지 말고 날짜·횟수·내용이 보이도록 보관하십시오. 어느 경로를 택하든 이것이 기초 자료가 됩니다.

관련 안내

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 현행 법령과 공개된 판결문을 토대로 작성한 일반적인 법률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결과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시면 상담 신청으로 사건 개요를 남겨주시면 확인 후 연락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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