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면 사기죄가 되나요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상태에서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대부분 같은 질문을 하십니다. 갚지 못한 것도 죄가 되느냐는 것입니다.

형법이 사기죄에 요구하는 것은 갚지 못한 결과가 아니라 기망입니다. 그래서 사건의 초점은 “지금 갚지 못하고 있다”가 아니라 “빌릴 당시에 무엇을 말했고 어떤 상황이었나”로 옮겨갑니다.

근거 조문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제2항은 같은 방법으로 제3자에게 재물을 교부받게 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이 법정형은 2025년 12월 23일 개정으로 상향된 것입니다. 종전 자료에는 이전 법정형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라면 적용 법조와 형을 다시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결과가 아니라 시점을 봅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기망은 재물이나 이익을 받기 이전의 행위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확인하는 것은 돈을 빌리던 시점의 사정입니다.

  • 빌릴 때 자금의 사용처를 어떻게 설명했는지, 실제 사용처와 같았는지
  • 당시 소득과 기존 채무가 어떤 상태였는지
  • 변제 시기와 방법에 관해 어떤 약속이 있었는지
  • 빌린 뒤 상환을 위한 실제 시도가 있었는지

사업이 예상대로 되지 않아 갚지 못한 경우와, 처음부터 갚을 수 없는 상태에서 다른 설명으로 돈을 받은 경우는 조문에 비추어 보는 지점이 다릅니다.

민사 채무불이행과의 구분

갚지 못한 사실만 있으면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이고, 상대방은 대여금 청구로 다툽니다. 여기에 차용 당시의 기망이 더해질 때 형사 조문이 함께 문제 됩니다. 두 절차는 별개로 진행되므로, 형사 사건이 있다고 해서 민사가 정리되지도 않고 그 반대도 아닙니다. 형사와 민사를 함께 두고 볼 때의 구조는 형사고소와 민사 청구를 함께 정리한 글에 적어 두었습니다.

조사 전에 준비할 자료

  • 차용증, 계약서, 메시지 등 빌릴 당시의 대화가 남은 기록
  • 입금과 상환 내역이 확인되는 계좌 거래내역
  • 차용 시점의 소득·재산·채무 상태를 보여 주는 자료
  • 갚기 위해 시도한 내역: 일부 변제, 연장 합의, 담보 제공 등

이 자료들이 시간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으면, 결과가 아니라 시점을 두고 설명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법원은 어디에서 결론을 갈랐나

같은 “빌리고 못 갚았다”는 사실에서도 무죄와 실형이 모두 나옵니다. 무엇이 갈랐는지 실제 판결로 보겠습니다.

무죄: 대구지방법원 2020고단2013 (2020. 10. 21. 선고)

편의점을 운영하던 피고인이 “딸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열여섯 차례에 걸쳐 3,313만원을 빌린 사건입니다. 검찰은 실제로는 생활비와 운영자금에 썼고 채무초과 상태였다고 보아 기소했습니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면서, 차용인의 경제사정이 어려웠다는 점과 그 사정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변제의사·변제능력 부존재와 기망행위를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민사 채무불이행이 광범위하게 형사사건으로 바뀌고,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민사분쟁의 증거수집 수단으로 쓰이게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의미: 검찰이 드는 사정이 “돈이 없었다 + 그 말을 안 했다” 두 가지뿐이라면, 그 자체로는 조문이 요구하는 기망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실형: 의정부지방법원 2021고단2475 (2022. 3. 8. 선고)

“자재비 결제 대금이 급하다, 3개월 뒤 대금을 받아 갚겠다”며 4,000만원을 빌리고, 석 달 뒤 다시 2,000만원을 빌린 사건입니다. 피고인에게는 소송 중이어서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채권 외에 재산이 없었고, 사업체 매출은 줄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채무도 상당했습니다. 받은 돈은 기존 채권자에 대한 변제와 생활비로 나갔습니다.

법원은 차용 당시 변제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보아 징역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의미: 앞의 무죄 사건과 다른 점은 변제 재원을 특정해서 말했다는 것입니다. “3개월 뒤 대금”이라는 구체적인 재원을 제시했는데 그 재원이 실제로는 불확실했고, 받은 돈도 그 사업이 아니라 기존 빚으로 갔습니다. 말한 내용과 실제가 어긋나는 지점이 생기면 조문이 요구하는 기망이 채워집니다.

민사에서는: 전주지방법원 2020나8268 (2021. 5. 6. 선고)

500만원을 빌려줬다며 낸 대여금 청구가 기각된 사건입니다. 법원은 송금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소비대차의 의사 합치를 단정할 수 없고, 피고가 대여를 다투면 대여사실의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상대방이 다른 용도였다고 주장하면서 증거를 내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부인에 불과해서, 그로써 대여금임이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의미: 계좌 이체내역만으로는 민사에서도 이기기 어렵습니다. 형사 고소를 받은 쪽에서는 “송금 내역이 곧 대여 합의”라는 전제 자체를 다툴 수 있습니다.

관련 안내

같은 금액이라도 차용 경위에 따라 판단이 갈립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상담 신청을 통해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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