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강제추행 사건에서 합의는 「언제」보다 「어떤 조건이 갖춰진 뒤에 처벌불원서를 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형법상 강제추행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를 해도 형사절차가 그대로 진행되고, 피해자의 처벌불원은 가해자의 형을 정할 때 참작되는 사정이 됩니다. 그래서 합의금 지급과 조건 이행이 끝나기 전에 처벌불원서를 먼저 넘기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이 글은 어떤 분께 해당하나요
강제추행 피해를 입고 고소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데, 상대방이나 상대방 변호인으로부터 합의 제안을 받은 분께 해당합니다.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을 기준으로 설명하며, 같은 사건에 폭행 등 다른 죄가 함께 문제 된 경우에는 아래 「예외」 부분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합의 제안을 받았다면 지금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나요
- 적용 죄명: 형법상 강제추행인지, 성폭력처벌법상 다른 조항이 적용되는지, 폭행 등 다른 죄가 함께 있는지
- 사건 단계: 경찰 수사, 공소청 송치 이후, 재판 중 가운데 어디인지, 재판 중이라면 제1심 판결선고 전인지
- 제안 내용: 금액, 지급 시기, 분할 여부, 접근 금지나 비밀유지 같은 조건이 있는지
- 요구하는 서류: 합의서만인지, 처벌불원서나 탄원서까지 요구하는지, 문구를 상대방이 미리 써 왔는지
- 연락 경로: 상대방 본인이 직접 연락하는지, 변호인을 통하는지
관련 법령은 무엇인가요
형법 제298조(강제추행)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는 고소를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고, 취소한 사람은 다시 고소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제1항, 제2항).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 즉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도 이 규정이 준용됩니다(제3항).
강제추행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있어도 사건이 공소기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처벌불원은 소송조건이 아니라 양형사유로 다뤄집니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존중해야 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고,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할 때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7).
판례는 「처벌불원」을 어떻게 보나요
합의서만으로는 감경요소가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양형기준상 특별감경인자인 「처벌불원」을 ① 피고인이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② 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피해에 대한 상당한 보상이 이루어졌으며, ③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이를 받아들여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로 보았습니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20도6965, 2020전도74 판결). 세 가지가 함께 갖춰져야 하므로, 합의서가 제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도3405 판결,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도8989 판결).
합의서를 건네는 순간, 상대방이 제출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합의서를 작성해 건넨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할 권한을 준 것으로 보아, 가해자가 그 합의서를 제출하면 처벌불원 의사가 적법하게 표시된 것으로 인정됩니다(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1도4283 판결). 같은 판결은 약속한 합의금이 지급되지 않았더라도, 민사상 지급채무가 남는 것은 별개로 하고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반의사불벌죄 사건에 관한 것이지만, 합의서를 먼저 건네면 그 뒤의 통제권이 상대방에게 넘어간다는 점은 강제추행 피해자에게도 그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강제추행에서는 철회가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처벌불원은 양형사유에 불과하고,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보험과 휴대전화 해지를 빌미로 서명을 강요한 사정이 있었고, 법원은 처벌불원을 특별감경인자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23. 8. 24. 선고 2023고합59 판결).
감경이 인정되거나 부정된 하급심 사례
- 인정: 성인 피해자가 피해자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처벌불원의 의미를 정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합의금을 지급받은 뒤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사안(대전고등법원 2020. 11. 20. 선고 2020노196 판결)
- 부정: 피해 배상 규모에 관한 구체적 조율 없이 일부 금액만 지급한 사안(대구고등법원 2023. 9. 20. 선고 2023노236 판결)
- 부정: 피고인이 작성해 온 탄원서에 피해자가 날인한 기억이 없고 약속한 보상도 이행되지 않은 사안(서울동부지방법원 2024. 7. 19. 선고 2023노296 판결)
- 부정: 미성년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의미를 정확히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진심으로 용서한 것이 아니라 죄책감과 부담감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사안(광주고등법원(전주) 2022. 11. 9. 선고 2022노95 판결)
그렇다면 합의 시점은 어떻게 판단하나요
판례를 피해자 입장에서 정리하면, 시점을 고르는 기준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 조건이 확정되고 이행된 뒤에 서류를 낸다: 금액, 지급 방식, 부가 조건을 합의서에 확정하고, 지급이 끝난 것을 확인한 다음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 내가 의미를 이해한 상태에서 결정한다: 처벌불원은 「용서한다」는 뜻으로 재판에서 평가됩니다. 부담감이나 재촉 때문에 서명하면, 피해자 본인에게도 후회가 남고 재판에서도 진정한 의사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재판 일정을 확인한다: 반의사불벌죄에서는 제1심 판결선고 후 제출된 합의서가 소송조건으로서 효력이 없고 양형에만 참작될 수 있다고 본 하급심 판결이 있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1. 7. 23. 선고 2020노2106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9. 5. 29. 선고 2019노273 판결). 함께 문제 된 죄가 있다면 선고 일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서두를 이유도, 무작정 미룰 이유도 없습니다. 상대방이 「오늘까지 서명해야 한다」고 재촉한다면, 그 자체가 조건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예외이거나 불리할 수 있는 사정은 무엇인가요
- 반의사불벌죄가 함께 있는 경우: 같은 사건에 형법 제260조 제1항의 폭행처럼 반의사불벌죄가 함께 문제 되면, 그 죄에 대해서는 처벌불원 의사를 한 번 명시적으로 표시한 뒤 다시 번복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3도5268 판결 등).
- 고소취하와 처벌불원은 다릅니다: 고소를 취소하면 다시 고소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제2항). 상대방이 「고소취하서」를 요구한다면 처벌불원서와 무엇이 다른지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 철회가 인정된 판결이 있다고 해서 쉽다는 뜻은 아닙니다: 위 진주지원 사건은 서명 강요라는 구체적 사정이 있었던 사안입니다. 처벌불원서를 낸 뒤 마음을 바꾸면 그 경위를 다시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판례가 내 사건에도 똑같이 적용되나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위 판결들은 각 사건의 사실관계, 즉 피해자의 나이와 상태, 합의 경위, 지급 금액과 이행 여부를 바탕으로 내려진 판단입니다. 특히 하급심 판결은 해당 사건에 대한 판단이므로, 같은 결론이 다른 사건에서 그대로 나온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내 사건의 죄명과 단계, 상대방의 제안 내용을 놓고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합의 전에 준비할 자료는 무엇인가요
- 상대방 또는 상대방 변호인의 연락 기록(문자, 통화 일시, 메신저)
- 상대방이 보낸 합의 제안서나 합의서 초안
- 사건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사건번호, 담당 수사관 또는 재판부, 다음 기일)
- 피해로 인한 치료, 상담, 휴직 등 손해를 보여주는 자료
- 합의금을 받을 계좌와 지급 일정에 대한 본인의 기준
변호사의 도움이 특히 필요한 경우는 언제인가요
- 상대방 본인이 직접 연락해 오거나, 연락 자체가 부담스러운 경우
- 합의서에 처벌불원, 고소취하, 탄원 문구가 한꺼번에 들어 있는 경우
- 분할 지급, 후불 지급 등 이행이 끝나기 전에 서류를 먼저 요구받은 경우
-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장애가 있어 의사표시의 진정성이 문제 될 수 있는 경우
- 재판 중이라 선고 일정과 함께 판단해야 하는 경우
피해자 변호사는 상대방과의 연락을 대신하고, 조건을 서면으로 확정하며, 지급이 확인된 뒤에 서류가 제출되도록 순서를 관리합니다.
관련 업무분야와 수행사례
- 업무분야: 성범죄 피해자 대리, 피해자 합의 대리
- 수행사례: 강제추행 피해자 합의대행, 최초 약 300만 원 제안에서 약 2,000만 원 합의까지
- 함께 보면 좋은 글: 고소 취하와 처벌불원서는 어떻게 다른가, 성범죄 합의서에는 어떤 조건을 넣을 수 있나요, 가해자가 형사공탁을 하면 합의한 것이 되나요
합의 제안을 받으셨다면 서명 전에 상담을 신청해 주세요. 서울사무소(02-6352-0404)와 경주사무소(054-624-0404)에서 상담합니다.
판례 조사·작성·법률 검토: 유수빈 대표변호사
최종 검토일: 2026년 10월 7일 (법령·판례 확인 기준일 동일)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구체적인 판단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